'수능'에 해당하는 글 1건

오늘이 수능날이다.
우리나라에서 고3이라는 신분은 참 희한하고 불쌍하고 가엽고 초라하기 그지 없다.
나 또한 그 시련의 시절을 보내고 지금 그때를 뒤돌아 보니
이제 수능에서 끝난 고3 수험생들의 기쁨과 희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나이 32이니 10년 하고도 꼭 3년전 일이 되겠구나.
당시 수능치는 전날 너무 긴장한 탓인지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보냈던 그밤 수능을 축하하는 듯 하늘에서는 유성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는 새벽가까이 까지 그날 유성쇼를 지켜보며
날이 밝으면 전쟁같이 찾아올 수능을 무사히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빌고 또 빌었다.
아침 학교 집합에서 친구들에게 전날 있었던 유성쇼에 대한 무용담을 들려주었지만
친구들은 별 떨어지는거 보면 시험 떨어진다는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왔다.

평소 늘 200점 안팎의 축구부 성적을 평소 기록하던 나는 그날 하나님께 진심으로 드린 기도가 응답되었는지
내 자신도 놀라울 300점 가까운 점수로 한마디로 잭팟을 터트렸다.

돌아와 집으로 향해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잘 보았냐는 안부전화에 그 친구는 평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며
힘겨운 목소리의 전화통화를 했었고 채점해 본 결과 아주 훌륭한(?) 성적을 거둔 나는 어머니께서
수고했다라는 칭찬과 함께 지난밤에 못 이룬 잠을 청하며 풀린 긴장감과 피로를 달랬었다.

사실 난 그날 너무 기뻤다. 시험 성적이 좋아서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이제 고3 아니 정규 의무교육을 이제 마쳤다라는 스스로의 대견함과 그동안 받고 참아왔던 억압에서
완전 해방이라는 사실에 너무너무 기뻤다. 지나고 보니 그때 사귀던 친구랑 재밌게 놀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지금 생각해 보니 수능 마치고 내가 이룬건 할아버지께서 수고했다며 주신
60만원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요 소득인 것 같다.

오늘 이땅의 많은 수험생들이 아마도 내가 예전에 겪었던 해방감을 맛보며 앞으로 몇개월간 자유의 시간을 보낼것이다.
그동안 참 많이 수고하고 고생했단 말을 건네주고 싶다.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펼쳐질 많은 꿈과 미래에 열정과 헌신과 노력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WRITTEN BY
테네시왈츠
항상 겸손하게 항상 새롭게 항상 진실하게

,